[꽂혔다, 이 대사] '열세 살, 수아' 中에서 열세살, 수아

[꽂혔다, 이 대사] '열세 살, 수아' 中에서
'꿈' 대신 '밥'으로 채워져버린 엄마의 독한 인생, 네가 아니?

"엄만 밥밖에 몰라?"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의 온 사랑과 관심을 다 차지해 온 수아가, 이제 저도 컸다고 엄마에게 말한다. 그것도 짐짓 무시하는 말투로.

저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나 아기였을 때 엄마 없이는 한순간도 살 수 없었고, 살 수 없다며 매달리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나 커서 하는 말에 억장이 무너진다.

이럴 때 엄마가 할 수 있는 반응은 '허허, 얘가 웃기고 있네'. 그러나 그 반응은 또 아이들이 제일 싫어할 반응.

둘은 급기야 감정을 폭발시키고 수아는 집을 나간다. 사랑이 권력 관계라면 아이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사랑의 대상이 또 어디 있을까. 애타는 엄마는 수아의 가출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게도 된다.

영화 속 수아의 엄마는, 원래 밥만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젊을 때 노래가 좋아 무작정 상경하기도 했던 '꿈 많았던' 소녀.

수아의 아버지가 수아를 남겨놓고 세상을 떴고 졸지에 의지할 데가 없어진 엄마에게 꿈 타령은커녕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던지조차 돌아볼 시간이 없었다.

꿈이 무엇일까. 실체가 없으면서도 사람의 삶을 가꾸어 주는 요상한 무엇! 무작정 좇아도 인생을 감당하기 힘들게 만들고, 그렇다고 탁 놓아 버리면 인생을 메마르게 만드는….

'꿈' 대신 독한 맘 먹고 '생활'을 택한 엄마. 엄마에게 '수아'는 살아가는 이유, 그리고 동시에 부양해야 할 '의무'.

자신이 지치지 않게 밥을 먹고 수아에게도 밥을 챙겨 줘야 한다. 하지만 수아는 꿈 많고 감정이 복잡한 열세 살 소녀.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치우고 다시 밥 먹는 엄마.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친구가 누군지도 모르는 엄마가 싫다. 엄마뿐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그 모든 게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수아의 엄마에 대한 불만은, 인정하기 싫고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에 대한 불만이자 몸부림이기도 하다. 떠나간 아버지를 포함해서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던 법.

딸과 엄마 사이의 미묘한 감정에 많이 공감하게 만들던 영화 '열세 살, 수아'를 보며 자연스레 딸 아이를 떠올렸다. 어디서 들었는지 고작 일곱 살이면서 "엄마가 이렇게 키웠잖아"로 벌써 가끔 엄마의 말문을 막히게 만드는 딸. 엄마가 '밥' 말고 다른 데도 관심이 많다는 걸, 삶이 힘들지라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겠다는 걸 떠올리게 하는 대사. 아니지, 밥도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계속 얘기해봐야겠지? 김진경기자
/ 입력시간: 2007. 07.0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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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7/07/10 16:37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K〔kei〕 2007/07/11 11:15 # 답글

    네이버쪽지로 답장드렸습니다. -크레이지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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